말도 안 되는 스케줄을 마치는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이다.
오늘 또 한 번 시간이 참 빠르단 걸 새삼스럽게 느낀다.
난 하고 있는 게 있지만 하는 거 없이 12/12를 마저 보내고 있고 1/4를 마저 잃고 있다.
돌이켜 생각해 보면 작년 이맘때 내년 지금쯤 존나 하고 있을 건 음악이었고
존나 하고 싶은 것도 존나 하려던 것도 존나 음악이었는데
지금 내 방 테이블과 작업실 위에도 나한테 존나 버거울 정도의 장비가 존나 갖춰져 있는데
나 음악도 존나 듣고 있는데 존나 한심하게도 음악을 못하고 있다.
어디 가서든 "나 존나 잘해요."라고 말할 수 있고 "쟤 존나 잘해!"라고 불리는 디제이가 될 거라고 말하던 개 망나니 고딩 시절로 돌아온 것 같다.
이건 서구고 5년 전 내 귓구녕에 눌러앉아 24시간 중 1시간 채
안 괴롭히던 마누라의 잔소리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내 짜증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.
지금은 눈을 뜨고 난 그 순간부터 눈을 감기 전까지 괴롭혀 주신다.
말투며 행동이며 목소리며 하나하나가 다 짜증이 나고 다 틀려 뵈며
내가 나만 아니었어도 잔소리 없었을 행동들이 전방 0.1센티에서 날라온다.
내 귀가 하나면 다행인데 둘이다.
이것도 서구고 어렸을 때부터 나는 다행히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패턴으로 살아가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.
모험을 즐기며 하고 있는 사람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 새낀 절벽이 무서워서 오르기는커녕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.
난 동물원 다녀오고 아마존 정글 다녀온 사람 앞에서 "나 존나 사자 봤다." 이런 말 같지도 않은 허세 떤 걸까?
존나 평탄하고 굴곡 없는 길을 기어가고 있는 삶을 살고 있다.
돌맹이 아니 자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.
기어가다 베겨서 "아 시발" 하면서 벌떡 일어나게 말이다.
이것도 또 서구고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모든 일이 불필요한 과정이 아니란 거 나도 안다?
내가 항상 말했잖아 뭐 부스터가 어쩌고 될 거라고 저쩌고 근데 나 부스터 없어도 된다 이거야.
존나 부스터 필요 없으니까 그냥 킵 고잉이라도 하고 싶다.
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나도 몰라.
쓰면서 오히려 명확해지는 건 개소리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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